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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작품상은 매년 딱 한 편에게만 돌아간다. 그 한 편이 반드시 그해 가장 재미있는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대신 그 시대의 할리우드가 "이게 영화라는 매체로 할 수 있는 최선이다"라고 스스로 인정한 작품이라는 뜻에 가깝다. 그래서 작품상 수상작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재미있는 영화 목록이 아니라 '영화가 시대마다 무엇을 증명하려 했는가'의 기록이 보인다.

 

이번 편에서는 이 블로그에 이미 리뷰가 올라온 오스카 수상작·후보작 13편을 다섯 갈래로 묶어봤다. 순서대로 읽으면 할리우드가 70년 넘게 반복해서 감동받아 온 이야기의 패턴이 보일 것이다.

하나, 시대를 정의한 명작의 계보

몇몇 영화는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그 자체로 영화사의 좌표가 됐다. 대부는 갱스터 영화를 가족 드라마의 격으로 끌어올린 작품이고, 쉰들러 리스트는 홀로코스트를 다루는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진지함의 기준을 다시 썼다. 두 영화 모두 "왜 명작으로 불리는가"를 설명하기보다, 직접 보면 그 이유가 저절로 납득되는 쪽에 가깝다.

, 스펙터클로 승부한 서사시

작품상은 종종 물리적 규모 자체가 감동이 되는 영화에도 돌아간다. 타이타닉은 실제 침몰 사고를 재난 서사시이자 멜로로 확장했고, 글래디에이터는 로마 검투사 장르를 부활시켰다. 늑대와 춤을은 서부극이라는 장르 안에서 처음으로 원주민의 편에 선 시선을 택해, 스펙터클과 관점의 전환을 동시에 해냈다. 세 편 모두 상영시간이 길지만, 그 길이 자체가 몰입의 일부로 설계돼 있다.

, 무너진 사람이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

아카데미가 유난히 사랑하는 서사가 하나 있다면 '역경을 이겨내는 인간'이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늦깎이 복서의 재기를, 뷰티풀 마인드는 조현병과 싸우며 학문을 이어간 수학자를, 맨 오브 오너는 해군 최초의 흑인 잠수부가 인종차별과 신체적 한계를 딛고 자격을 증명하는 과정을 그린다. 세 영화의 공통점은 승리의 순간보다 그 직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더 오래 보여준다는 것이다.

, 시대와 사회를 비추는 창

어떤 작품상 수상작은 특정 시대의 초상 그 자체로 남는다. 마지막 황제는 청 제국의 몰락부터 문화대혁명까지, 한 인물의 일생으로 20세기 중국을 통과한다. 그린북1960년대 미국 남부의 인종 분리 정책을, 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기사의 여행이라는 형식으로 들여다본다. 기생충은 반지하와 저택이라는 두 공간의 높낮이로 현대 한국의 계급 구조를 압축했다. 세 영화 모두 '그 시대를 몰라도 이해되지만, 알고 보면 더 깊이 보이는'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섯, 관계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영화

마지막으로, 화려함 없이 두 사람의 관계만으로 밀도를 만든 작품들이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강박장애가 있는 무례한 남자와 그를 견디는 사람들의 관계를, 잃어버린 주말은 알코올 중독에 빠진 남자의 나흘을 가감 없이 따라간다. 두 영화 모두 인물을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카데미가 늘 완벽한 주인공만 선택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이 관점으로 다시 보면

작품상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묶어보면, 13편은 장르도 시대도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태도만은 공유하고 있다. 인물을 쉽게 봐주지 않는다는 것. 영웅도, 천재도, 피해자도 이 영화들 안에서는 약점과 실패를 정면으로 통과해야 한다. 아카데미가 오랫동안 그런 이야기에 표를 던져온 셈이다.

다음 편에서는 현실 감각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SF 영화들을 다룬다. 매트릭스에서 시작해 인터스텔라, 아바타까지 관객이 스크린 밖으로 나온 뒤에도 한동안 세계를 다르게 보게 만드는 영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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