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헤어질 결심 - 형사가 용의자에게 무너지는 방식

문화정 2023. 2. 14. 14:57

목차


    반응형

    영화 헤어질 결심 포스터
출처 : 나무위키
    영화 헤어질 결심

     

    산에서 추락사한 남자의 아내를 조사하던 형사가, 정작 자신이 무너져 내린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형사 해준이 후반부에 내뱉는 이 말은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인지를 그대로 요약한다. 수사가 사랑이 되어가는 과정을, 박찬욱은 반전이나 자극 대신 시선과 침묵으로 그린다.

    기본정보

    항목 내용
    감독 박찬욱
    각본 박찬욱, 정서경
    출연 박해일, 탕웨이, 이정현, 고경표
    개봉 2022년 6월 29일 (국내)
    상영시간 138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미스터리 멜로
    주요 수상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 제43회 청룡영화상 감독상·각본상·여우주연상(탕웨이) 외 다수

    줄거리

    산 정상에서 추락한 중년 남자 기도수의 변사 사건이 발생한다.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원전에서 근무하며 주말부부로 지내는 아내와 살고 있는, 자기 일에 강한 자부심을 가진 인물이다.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는 중국에서 온 간병인으로, 남편의 죽음을 전해 듣고도 "마침내 운명하셨다"는, 외국인이 쓰기엔 낯선 표현을 담담히 내뱉는다.

    수사 과정에서 해준은 서래가 남편에게 학대를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하면서도 동시에 그녀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잠복 수사를 하는 형사와, 그 시선을 알면서도 즐기는 용의자. 두 사람의 관계는 조사자와 대상 이상의 것으로 번져간다. 결국 서래에 대한 수사는 무혐의로 종결된다.

    하지만 해준은 찜찜함을 떨치지 못하고 결국 그녀가 진범이라는 증거를 직접 찾아낸다. 이미 그녀에게 깊이 빠져 있던 해준은 고민 끝에 증거를 없애고 서래를 놓아주기로 한다. 죄책감에 무너진 해준은 아내가 있는 지방 도시 이포로 근무지를 옮기고, 얼마 뒤 그 도시에서 새 남편과 함께 나타난 서래와 다시 마주친다. 그리고 그녀의 새 남편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영화의 결말은 두 사람의 관계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관한 핵심이라 여기까지만 적는다. 아직 안 봤다면 아무 정보 없이 보는 걸 권한다.

    이 영화를 다시 볼 만한 이유

    하나, '산과 바다'라는 구조로 영화 전체가 짜여 있다. 전반부는 산에서 벌어진 죽음과 수사를, 후반부는 바다가 있는 도시 이포를 배경으로 한다. 박찬욱 감독은 이 두 공간의 대비로 두 사람 관계의 국면 전환을 나타냈고, 마지막 장면 역시 바다에서 이루어진다.

    둘, 초록과 파랑이라는 색으로 감정을 나눴다. 극 중 서래의 옷 색깔은 장면마다 미묘하게 초록과 파랑 사이를 오간다. 대사로 설명하지 않는 감정의 미묘한 흐름을 색채로 짚어내는 연출이, 이 영화를 여러 번 보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셋, 정훈희의 '안개'가 영화의 출발점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런던에서 오래 일하며 향수병에 시달릴 때 위안이 됐던 이 노래를 쓸 수 있는 영화를 구상하다가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극 중 이 노래가 흐르는 장면은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영화 자체의 출발점인 셈이다.

    넷, 대사보다 시선 처리가 이야기를 이끈다. 해준과 서래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직접 말하는 대신 눈빛과 사소한 행동으로 주고받는다. 잠깐 한눈을 팔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느 지점으로 넘어갔는지 놓치기 쉬울 만큼, 이 영화는 정보를 대사가 아니라 표정에 담아둔다.

    아쉬운 점

    수사극과 멜로 사이를 오가는 구성이라, 미스터리 자체의 긴장감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사건의 진상보다 두 사람의 감정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장르적 쾌감을 기대하고 보면 아쉬울 수 있다.

    또한 후반부 이포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전반부의 산 사건에 비해 전개가 다소 복잡하게 꼬여 있어, 두 번째 사건의 인물 관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평도 있다.

    정리

    〈헤어질 결심〉은 살인 사건을 다루는 영화지만, 결국 남는 건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어떻게 무너지는가다. 해준이 서래에게 느끼는 감정은 뜨겁게 타오르기보다 밀물처럼 서서히 차오르고, 그 잔잔함이 오히려 오래 남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