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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냄은 소설을 쓰겠다며 6년째 타자기 앞에 앉아 있지만 한 줄도 완성하지 못한 무명작가다. 그가 정말 매달리는 건 술이다. 동생 윅은 형을 시골로 데려가 주말 동안 술에서 떼어놓으려 하지만, 돈은 집 안 곳곳에 위스키 병을 숨겨두고 기회를 노린다.
이 영화가 나온 1945년까지 할리우드에서 알코올중독은 대체로 웃음거리이거나 낭만의 소재였다. 이 영화는 처음으로 그걸 질병으로, 그것도 아주 구체적인 증상으로 그렸다.
기본정보
| 항목 | 내용 |
| 감독 | 빌리 와일더 |
| 각본 | 빌리 와일더, 찰스 브래킷 (원작: 찰스 R. 잭슨의 동명 소설) |
| 출연 | 레이 밀랜드, 제인 와이먼, 필립 테리 |
| 개봉 | 1945년 11월 29일 (미국) |
| 상영시간 | 99분 (흑백) |
| 주요 수상 | 제18회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레이 밀랜드)·각색상, 제1회 칸 영화제 그랑프리(현 황금종려상) |
| 그 외 | 아카데미 작품상과 칸 영화제 최고상을 함께 받은 최초의 영화. 2011년 미국 의회도서관 국립영화등록부 보존작 선정 |
줄거리
돈 버냄은 뉴욕의 무명작가다. 동생 윅은 형이 며칠째 술을 끊은 걸 확인하고 안심하며, 함께 시골로 주말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런데 짐을 싸던 중 윅은 창밖 빨랫줄에 매달아 둔 위스키 병을 발견한다. 돈이 몰래 숨겨둔 것이다.
여행을 미루고 잠깐 외출한 사이, 돈은 가정부에게 줄 급료로 맡겨둔 돈을 빼돌려 단골 술집 '냇의 바'로 향한다. 그리고 그날부터 나흘간 이어지는 폭음이 시작된다. 술을 살 돈이 떨어지자 그는 타자기를 전당포에 맡기려 하지만, 유대인 명절이라는 이유로 문을 연 전당포를 찾아 도시를 헤맨다. 여자친구 헬렌은 그를 말리려 하지만, 돈은 거짓말로 그녀를 따돌리고 다시 술집으로 돌아간다.
폭음이 계속되면서 그는 계단에서 굴러 병원 알코올 병동에 실려가고, 그곳에서 진전섬망 환자들의 참혹한 모습을 목격한다. 도망치듯 빠져나온 그는 마지막 남은 물건인 타자기마저 술과 바꾼다. 환각에 시달리던 끝에 그는 권총을 꺼내 자살을 시도하려 하고, 이때 헬렌이 다시 찾아온다. 그녀는 돈을 다그치는 대신, 그가 쓰다 만 소설 원고—지난 나흘의 기록이 될 수도 있는—를 다시 타자기 앞에 놓아준다.
이 영화를 다시 볼 만한 이유
하나, 알코올중독을 낭만이 아니라 절차로 그렸다.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스크린 속 술꾼은 대개 유쾌한 조연이었다. 이 영화는 대신 돈이 병을 숨기는 방식, 돈을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쌓아가는 과정, 술을 살 수 없을 때의 신체적 반응을 순서대로 보여준다. 감정을 자극하는 대신 증상을 나열하는 쪽을 택한 셈이고, 이게 지금 봐도 낡지 않은 이유다.
둘, 레이 밀랜드는 이 역할로 커리어가 바뀌었다. 그는 그전까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에 주로 나오던 배우였다. 이 영화에서 그는 돈이 술을 갈망할 때의 손 떨림, 눈빛, 호흡까지 세세하게 연기했고 그 낙차 자체가 화제가 됐다. 실제 촬영 전 며칠간 술을 끊고 금단 증상을 관찰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셋, 뉴욕 로케이션 촬영이 이 영화를 다르게 만들었다. 당시 할리우드 영화는 대부분 세트에서 찍었지만, 빌리 와일더는 실제 뉴욕 거리에서 숨어 찍는 방식을 택했다. 돈이 전당포를 찾아 3번가를 헤매는 장면은 실제 행인들이 카메라를 모른 채 찍힌 장면이다. 그 덕분에 그의 방황이 세트가 아니라 진짜 도시 위에 놓인다.
넷, 해피엔딩을 둘러싼 뒷이야기가 있다. 원작 소설은 훨씬 더 어두운 결말로 끝난다. 영화사는 촬영분에 더 절망적인 결말을 넣어 시사회를 했다가 관객 반응이 나빠 다시 찍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남은 결말이 다소 급작스럽게 희망적으로 느껴진다면, 이런 배경이 한몫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쉬운 점
결말이 갑작스럽다. 나흘간 쌓아온 절망의 무게에 비해, 헬렌이 원고를 타자기에 얹어주는 마지막 장면은 회복이 너무 쉽게 온다는 인상을 준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알코올중독 회복이 의지나 사랑 하나로 해결되는 것처럼 그려진 점도 아쉽다.
또한 동생 윅과 여자친구 헬렌은 돈을 지켜보고 걱정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어서, 두 사람의 서사는 상대적으로 얕게 그려진다.
정리
〈잃어버린 주말〉은 술이 문제라고 말하는 영화가 아니라, 알코올중독이 실제로 어떤 하루하루로 이루어지는지를 순서대로 보여주는 영화다. 결말의 낙관은 다소 미덥지 않지만, 그 전까지 쌓아온 증상의 기록만큼은 1945년 영화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