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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는 서른한 살이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남이 남긴 음식을 싸 온다. 복싱을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고, 본인도 그걸 안다. 그런데도 매일 체육관에 나와 관장에게 가르쳐달라고 조른다.
관장 프랭키는 거절한다. 여자는 안 받는다고, 나이가 많다고, 자기는 이제 누구도 챙길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그가 거절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지만 영화는 한참 뒤에야 그걸 알려준다.
앞의 한 시간은 익숙한 복싱 영화다. 뒤의 한 시간은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된다.
기본정보
| 항목 | 내용 |
|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
| 각본 | 폴 해기스 |
| 원작 | F.X. 툴의 단편집 『로프 번스』 |
| 출연 | 힐러리 스왱크, 클린트 이스트우드, 모건 프리먼 |
| 개봉 | 2004년 12월 (미국) |
| 상영시간 | 132분 |
| 배급 | 워너브러더스 |
| 제작비·흥행 | 약 3,000만 달러 / 전 세계 약 2억 3천만 달러 |
| 주요 수상 | 제77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힐러리 스왱크), 남우조연상(모건 프리먼) |
줄거리
프랭키 던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낡은 체육관을 운영한다. 트레이너로서는 실력이 있지만 선수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성격이라 큰 시합을 미루다 놓치기를 반복한다. 그는 매일 성당에 나가 신부에게 답 없는 질문을 던지고, 딸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늘 반송된다.
체육관에는 스크랩이 있다. 프랭키가 예전에 지도했던 복서이고, 109번째 경기에서 한쪽 눈을 잃은 뒤로 이곳을 관리하며 산다. 그는 프랭키를 가장 오래 지켜본 사람이다.
매기 피츠제럴드가 이 체육관에 나타난다. 미주리의 가난한 집안 출신이고, 아버지는 어릴 때 세상을 떠났으며, 남은 가족은 그녀를 돈줄로만 여긴다. 그녀에게 복싱은 취미가 아니라 유일하게 잘하는 일이다.
프랭키는 결국 그녀를 받는다. 매기는 빠르게 올라간다. 1라운드 KO가 이어지고, 상대를 구하기 어려워질 만큼 강해진다. 두 사람의 관계도 변한다. 딸과 연락이 끊긴 남자와 아버지를 일찍 잃은 여자가 서로의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한다.
프랭키는 그녀의 가운에 게일어를 수놓아준다. '모 쿠슐레'. 매기는 뜻을 묻지만 그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타이틀전에서 사고가 일어난다.
이후 내용은 이 영화의 핵심 반전이라 여기까지만 적는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아무 정보 없이 보는 쪽을 권한다.
이 영화를 다시 볼 만한 이유
하나, 화자가 누구인지가 마지막에 드러난다. 영화 내내 모건 프리먼의 목소리가 이야기를 이끈다. 처음에는 관습적인 내레이션처럼 들린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 목소리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밝혀지면서 영화 전체의 성격이 바뀐다. 두 번째 볼 때 첫 장면부터 다르게 들리는 이유다.
둘, 원작자가 특이하다. F.X. 툴은 필명이고, 본명은 제리 보이드다. 그는 실제로 복싱계에서 컷맨—경기 중 선수의 상처를 지혈하는 사람—으로 일했다. 40년 넘게 소설을 썼지만 등단하지 못하다가 예순아홉에 첫 단편집을 냈고, 그로부터 몇 년 뒤 세상을 떠났다. 이 영화의 체육관 묘사가 유난히 구체적인 건 그 때문이다.
셋, 프랭키의 성당 장면은 장식이 아니다. 그는 23년째 매일 미사에 나가면서 신부에게 삼위일체가 어떻게 성립하느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신부는 그를 귀찮아한다. 이 반복되는 장면들은 유머처럼 배치되어 있지만, 후반부에 그가 마주하는 문제를 생각하면 전부 복선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넷, 제목이 두 번 뒤집힌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처음에 매기의 흥행 가치를 가리키는 말처럼 들린다. 영화가 끝나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그리고 가운에 새겨진 '모 쿠슐레'의 뜻이 밝혀지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조용하고 아픈 순간이다.
아쉬운 점
매기의 가족 묘사가 지나치게 평면적이다. 돈만 밝히고 딸을 이용하는 인물들로만 그려져서, 매기가 왜 그렇게까지 홀로 서려 했는지를 설명하는 장치 이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가난에 대한 이해보다는 경멸에 가깝게 읽힌다는 지적이 있었다.
결말은 개봉 당시 큰 논쟁을 불러왔다. 미국의 장애인 권리 단체들은 이 영화가 특정한 삶을 살 가치가 없는 것처럼 그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대로 인물의 선택을 판단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간 점을 높이 산 평가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이 영화를 스포츠 드라마로 알고 본 관객에게는 준비되지 않은 결말이었다.
장르가 중간에 바뀌는 구조 자체를 단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앞부분의 성장 서사가 후반부를 위한 도입부로만 쓰인다는 것이다.
정리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복싱 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족을 다시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영화다. 딸을 잃은 남자와 아버지를 잃은 여자가 링 위에서 서로를 찾아내고, 그 관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시험대에 오른다.
보고 나서 마음이 편해지는 영화는 아니다. 그래도 오래 남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일흔넷에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