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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하얼빈의 한 기차역. 소련에 억류돼 있던 중국인 전범들이 무리 지어 내린다. 그중 한 남자가 손목을 긋는다. 의식이 흐려지는 사이 그의 머릿속에는 세 살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자금성의 어린 황제였던 자신의 모습이다.
이 남자, 아이신교로 푸이는 세 살에 청나라 황제가 됐고 예순한 살에 베이징의 식물원에서 정원사로 죽었다. 그 사이 60년 동안 그는 황제, 퇴위한 시민, 일본의 꼭두각시 황제, 전범, 그리고 평범한 시민을 차례로 거쳤다. 이 영화는 그 60년을 담는다.
기본정보
| 항목 | 내용 |
| 감독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
| 각본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마크 페플로 (원작: 푸이의 자서전 『황제에서 시민으로』) |
| 출연 | 존 론, 조안 첸, 피터 오툴, 사카모토 류이치 |
| 개봉 | 1987년 (미국), 1988년 국내 개봉 |
| 상영시간 | 163분 |
| 주요 수상 | 제60회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색상·촬영상·편집상·미술상·음악상·음향상·의상상 (9개 부문 전관왕) |
| 그 외 | 중국 당국이 자금성 내부 촬영을 허가한 최초의 서구권 영화 |
줄거리
1908년, 세 살의 푸이는 붕어한 광서제의 뒤를 이어 청나라 마지막 황제로 즉위한다. 그는 자금성 안에서만 자라며, 자신에게 절하는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세상이 원래 이런 곳인 줄 알고 큰다. 1912년, 신해혁명으로 3년 만에 퇴위하지만 황제의 칭호와 사유재산은 유지한 채 자금성에 계속 거주한다.
영국인 가정교사 레지널드 존스턴이 그에게 서구식 교육을 소개하면서 푸이는 처음으로 자금성 밖 세상을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그는 완룽과 결혼하지만, 1924년 군벌 펑위샹의 쿠데타로 자금성에서 쫓겨나며 마지막 남은 특권마저 잃는다.
이후 그는 일본의 지원을 받아 만주국의 황제로 재기하지만, 이는 자신의 권력이 아니라 일본의 괴뢰라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일본 패망 후 소련군에 체포돼 전범 수용소에 갇히고, 중국 공산당 정권 성립 후에는 무순 전범관리소로 이송돼 오랜 사상 개조 교육을 받는다. 1959년 사면된 그는 베이징 식물원의 정원사로 여생을 보내다 1967년 세상을 떠난다. 영화는 노년의 푸이가 옛 황궁이었던 자금성을 관광객으로 다시 찾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 영화를 다시 볼 만한 이유
하나, 실제로 자금성 안에서 찍은 최초의 서구권 영화다. 중국 정부는 그전까지 어떤 외국 영화 제작진에게도 자금성 내부 촬영을 허가하지 않았다. 베르톨루치는 이 영화로 그 벽을 처음 뚫었고, 실제 태화전과 궁궐 마당을 배경으로 엑스트라 수천 명을 동원한 장면들은 세트로는 나올 수 없는 규모를 보여준다.
둘, 사카모토 류이치가 작곡가이자 배우로 함께한다. 그는 이 영화의 음악을 데이비드 번, 쑤충과 함께 작곡해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만주국의 실권을 쥔 일본군 장교 아마카스 역으로 직접 출연한다. 작곡가가 극 중 인물로 등장해 자신이 만든 음악이 흐르는 장면 안에 서 있는 셈이다.
셋, 색채가 곧 시대를 알려준다. 자금성 안에서의 어린 시절은 금색과 붉은색으로 가득하고, 만주국 시기는 차갑고 인공적인 색조로 바뀌며, 문화대혁명기의 베이징은 회색과 무채색에 가깝다. 대사로 시대를 설명하지 않아도 화면의 색 자체가 푸이가 어떤 시대에 놓여 있는지를 알려준다.
넷, 스승 존스턴의 대사가 이 영화의 주제를 압축한다. 그는 극 중에서 자금성에 갇힌 어린 푸이를 두고 "대관식 날부터 줄곧 자기 궁전의 포로였다"는 취지로 말한다. 황제라는 자리가 특권이 아니라 감금이었다는 이 관점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아쉬운 점
푸이라는 인물 자체가 시종일관 상황에 휩쓸리는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만주국 황제 자리를 받아들였는지, 전범 수용소에서 사상 개조를 받아들이는 심경이 어떠했는지는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격동의 역사를 관찰하는 카메라에 가깝고, 인물의 내면에 파고드는 영화는 아니다.
또한 서구인 감독이 중국 근현대사를 다루다 보니 만주국 시기 일본의 침략과 그 시기 중국인들의 고통은 상대적으로 옅게 다뤄진다. 궁정 내부의 미학에 집중하는 사이 바깥의 참혹한 역사는 배경으로 물러난다는 지적이 있다.
정리
〈마지막 황제〉는 한 사람이 세 살에 세상의 정점에 섰다가 예순 넘어 화단을 가꾸는 사람으로 생을 마치기까지의 낙차를 다룬 영화다. 그 낙차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20세기 중국이 통째로 겪은 격변이라는 걸 알고 보면, 이 영화가 왜 한 사람의 전기이자 한 나라의 역사로 동시에 읽히는지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