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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네 가족은 반지하에 산다. 박 사장네 가족은 언덕 위 저택에 산다. 이 영화에서 두 집을 오가는 유일한 방법은 계단이다. 반지하에서 골목으로 올라가는 계단, 부잣집 마당에서 거실로 내려가는 계단, 그리고 그 밑에 아무도 몰랐던 또 다른 계단. 봉준호는 대사로 계급을 설명하는 대신, 인물이 오르내리는 높이로 그것을 보여준다.
기본정보
| 항목 | 내용 |
| 감독 | 봉준호 |
| 각본 | 봉준호, 한진원 |
| 출연 |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
| 개봉 | 2019년 5월 30일 (국내) |
| 상영시간 | 131분 |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 주요 수상 |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한국영화 최초), 제92회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4관왕) |
| 흥행 | 국내 누적 관객 약 1,031만 명, 한국 영화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
줄거리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반지하 집에서 피자 상자를 접으며 산다. 어느 날 아들 기우(최우식)는 명문대생 친구의 소개로 부유한 박 사장(이선균)네 딸의 영어 과외를 맡게 된다. 이를 계기로 기우는 여동생 기정(박소담)을 미술 과외 선생으로, 아버지를 운전기사로, 어머니 충숙(장혜진)을 가사도우미로 하나씩 박 사장네 집에 들여보낸다. 넷 다 서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다.
기택네 가족이 박 사장네 저택에 완전히 자리 잡아갈 무렵, 이 집에는 그들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는 게 드러난다. 그 비밀을 알게 되면서 두 가족의 평온해 보이던 동거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영화의 중반부 전환은 스포일러의 핵심이라 여기까지만 적는다. 아직 안 봤다면 아무 정보 없이 보는 걸 권한다.
이 영화를 다시 볼 만한 이유
하나, 한국 영화 최초로 칸과 아카데미를 동시에 가져간 작품이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이듬해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4개 부문을 받았다. 비영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건 이 영화가 최초였다.
둘, 공간 자체가 인물의 처지를 말해준다. 기택네 반지하는 창밖으로 취객의 방뇨 장면이 보일 만큼 낮고, 박 사장네 저택은 마당에 잔디가 깔린 언덕 위에 있다. 두 집의 높낮이 차이, 그리고 그 밑에 존재하는 또 다른 공간까지, 영화는 수직 구조 하나로 계급을 설계했다.
셋, '선을 넘는다'는 대사가 반복해서 나온다. 박 사장은 극 중 몇 차례 기택에게서 나는 냄새를 이야기하며 불쾌해하는데, 이는 그가 아무리 능력을 인정해도 결국 '선'을 긋고 있다는 뜻이다. 봉준호 감독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동선이 겹치지 않아 서로의 냄새를 맡을 일이 없는데, 이 영화에서는 동선이 겹치면서 냄새가 예민한 도구로 작동한다고 밝힌 바 있다.
넷, 짜파구리 한 그릇에도 계급이 담겨 있다. 극 중 등장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에 한우 채끝살을 얹는 장면은, 같은 음식도 누가 무엇을 얹어 먹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짧지만 상징적인 장면이다.
아쉬운 점
중반부의 전환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이후 전개가 다소 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앞부분에서 공들여 쌓은 위장 취업의 디테일에 비해, 후반부는 갈등을 빠르게 격화시키는 쪽으로 속도를 낸다.
또한 이 영화가 그리는 빈곤은 극단적으로 상징화된 형태다. 반지하와 저택이라는 두 극단 사이의 완충지대가 거의 없어서, 계급 문제를 다소 도식적으로 단순화했다는 평도 있다.
정리
〈기생충〉은 빈부 격차를 소재로 삼은 영화지만, 그걸 설교하지 않는다. 대신 계단 몇 개, 냄새 하나, 라면 한 그릇으로 보여준다. 개봉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이 영화가 계속 언급되는 이유는, 결말이 주는 충격 때문이 아니라 그 상징들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