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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아무 데나 심어도 알아서 잘 자란다. 씨앗을 뿌린 사람이 따로 돌보지 않아도, 두 번째 해에는 처음보다 더 무성하게 올라온다. 이 영화 속 순자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 시냇가에 미나리 씨앗을 심는 장면은, 낯선 땅에 뿌리내리려는 이 가족의 이야기를 그대로 압축한 은유다.
기본정보
| 항목 | 내용 |
| 감독 | 정이삭(리 아이작 정) |
| 출연 |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S. 김, 노엘 조 |
| 개봉 | 2020년 1월 26일 (선댄스 영화제 최초 공개), 2021년 3월 3일 (국내 개봉) |
| 상영시간 | 115분 |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 제작비·흥행 | 약 200만 달러 제작비로 약 1,450만 달러 흥행 |
| 주요 수상 |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관객상, 제78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윤여정) |
줄거리
1980년대, 한국계 미국인 가족이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캘리포니아를 떠나 아칸소 시골로 이주한다. 아버지 제이콥(스티븐 연)은 한인 이민자들에게 팔 한국 채소 농장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으로 가족을 이끌고 왔지만, 어머니 모니카(한예리)에게는 병원도 멀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낯선 땅이 막막하기만 하다. 부부는 서로 다른 우선순위를 두고 자주 부딪힌다.
농장 일을 도울 일손으로 한국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농부 폴을 고용하고, 맞벌이하는 부부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러 할머니 순자(윤여정)가 한국에서 건너온다. 심장에 지병이 있는 아들 데이비드는 과자 굽는 냄새도 안 나고 화투를 치는 낯선 할머니가 못마땅하지만, 순자가 다친 그를 돌봐주면서 둘 사이는 서서히 가까워진다. 농장의 앞날과 가족의 관계 모두 순탄치 않은 채로, 이들은 하루하루 이 땅에 뿌리를 내리려 애쓴다.
이 영화를 다시 볼 만한 이유
하나, 감독의 실제 어린 시절이 바탕이다. 정이삭 감독은 실제로 1980년대 아칸소 농장에서 자란 자신의 유년기 기억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극 중 데이비드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낯선 미국 남부의 풍경과 소리, 냄새는 그 기억에서 나온 디테일이다.
둘, 윤여정이 한국 영화 역사를 새로 썼다. 이 영화로 그는 아시아 배우 최초로 미국배우조합상(SAG)과 영국 아카데미(BAFTA)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전통적인 할머니상과 다른, 화투를 치고 욕도 서슴지 않는 순자 캐릭터가 이 수상의 중심에 있다.
셋, 스티븐 연도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는 이 영화로 제93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가 이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넷, 제목의 미나리가 상징하는 것. 순자가 시냇가에 심는 미나리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억세게 자라는 식물이다. 이 가족이 낯선 땅에서 겪는 고난과, 그럼에도 결국 뿌리내리는 모습을 이 식물 하나에 담아낸 제목이다.
아쉬운 점
가족 드라마 특유의 잔잔한 호흡이라, 극적인 갈등이나 사건을 기대하고 보면 전개가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큰 반전 없이 일상의 굴곡을 따라가는 영화라서, 몰입에는 시간이 좀 걸린다.
또한 이 영화가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된 것을 두고, 미국에서 만들어진 미국인의 이야기를 대사 언어만으로 '외국어 영화'로 분류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영화 자체의 흠은 아니지만, 이 영화를 둘러싼 중요한 뒷이야기다.
정리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거창한 말 대신, 한 가족이 낯선 땅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구체적인 장면들로 이야기를 만든다. 순자가 심은 미나리처럼, 이 가족도 누가 돌봐주지 않아도 알아서 그 땅에 뿌리를 내린다. 그 조용한 생명력이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