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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을 영화에만 매달려 살았는데, 감독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 일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집도 없고 돈도 없고 연애도 못 해본 찬실이가 제목처럼 '복이 많다'고 불릴 수 있는 이유는, 잃고 나서야 비로소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기본정보
| 항목 | 내용 |
| 감독 | 김초희 (장편 데뷔작) |
| 출연 | 강말금(찬실), 윤여정(할머니), 김영민(장국영), 윤승아(소피), 배유람(영) |
| 개봉 | 2020년 3월 5일 / 2020년 11월 26일 재개봉 |
| 상영시간 | 96분 |
| 등급 | 전체 관람가 |
| 주요 수상 | 2019년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부산국제영화제 KBS독립영화상 등 3개 부문, 2020년 백상예술대상(강말금) |
줄거리
평생을 영화 프로듀서로 살아온 마흔한 살 찬실(강말금)은 함께 일하던 감독이 술자리에서 급사하면서 갑자기 일자리를 잃는다. 모아둔 돈도, 집도 없는 그녀는 산동네로 이사해, 알고 지내던 배우 소피(윤승아)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중 소피의 불어 선생님이자 전직 영화감독인 영(배유람)을 만나 서로 다른 영화 취향 속에서도 호감을 느끼게 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장국영(김영민)이 그녀 앞에 나타나 위로와 조언을 건넨다. 세 들어 사는 집 할머니(윤여정)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찬실은, 할머니가 쓴 시를 보고 눈물을 쏟는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찬실은 주변 사람들과의 시간 속에서 조금씩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간다.
이 영화를 다시 볼 만한 이유
하나, 김초희 감독 자신의 이야기에 가깝다. 그는 실제로 오랫동안 영화 프로듀서로 일하다 이 작품으로 처음 연출을 맡았고, 주인공 찬실의 상황은 감독 본인의 경험이 상당 부분 투영돼 있다.
둘, 강말금이 이 영화 하나로 그해 신인상을 휩쓸었다. 백상예술대상,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등을 받으며, 서른 넘어 연기를 시작한 배우의 뒤늦은 전성기를 알렸다.
셋, 극 중 '장국영'은 실제 배우가 아니라 찬실의 마음이 만들어낸 존재다. 우울과 고립 속에 있는 사람 앞에 나타나는 이 허상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위로를 건네는 존재로 그려진다는 점이 이 영화의 독특한 지점이다.
넷, '복도 많지'라는 제목은 반어법이다. 초반 찬실의 처지를 보면 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그 제목이 반어가 아니라 진심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아쉬운 점
9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여러 인물과 에피소드를 담다 보니, 일부 관계(특히 영과의 관계)는 충분히 무르익기 전에 마무리되는 인상을 준다.
또한 저예산 독립영화 특유의 잔잔한 전개 방식은, 명확한 사건과 갈등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정리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보여주는 회복은 극적인 반전이 아니다. 달라진 건 찬실의 통장 잔고가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 작은 변화 하나로 영화의 제목이 비로소 진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