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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북 - 운전석과 뒷좌석이 뒤바뀐 1962년의 미국

문화정 2023. 4. 8. 04:16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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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린북 포스터 출처 : 나무위키
    영화 <그린북>

    1962년 미국에는 흑인 운전자를 위한 여행 안내서가 있었다. 제목은 『니그로 모터리스트 그린북』. 어느 주유소가 흑인에게 기름을 파는지, 어느 모텔이 재워주는지를 적어둔 책이다. 이 책이 필요했다는 사실 하나가 그 시대를 다 설명한다.

    영화는 그 책을 들고 남부로 내려가는 두 남자를 따라간다. 뒷좌석에는 흑인 피아니스트가, 운전석에는 그를 고용한 백인 남자가 앉는다. 당시 미국에서 이 배치는 뒤집힌 것이었다.

    기본정보

    항목 내용
    감독 피터 패럴리
    각본 닉 발레롱가, 브라이언 커리, 피터 패럴리
    출연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린다 카델리니
    개봉 2018년 (미국)
    상영시간 130분
    주요 수상 제91회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 각본상
    그 외 골든글로브 작품상(뮤지컬·코미디)·남우조연상·각본상, 영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토론토 국제영화제 관객상

    줄거리

    토니 발레롱가는 뉴욕 브롱크스의 나이트클럽 기도다. 별명은 '립'. 말로 사람을 구슬리는 데 능하다는 뜻이다. 클럽이 공사로 문을 닫으면서 그는 일자리를 잃는다.

    그때 들어온 제안이 운전기사 자리다. 고용주는 돈 셜리. 카네기홀 위층에 사는 피아니스트이고, 명예박사 학위를 여럿 가진 사람이며, 흑인이다. 목적지는 남부다. 8주간의 순회공연.

    토니는 흑인을 싫어한다. 영화 초반, 집에 왔던 흑인 수리공이 쓴 컵을 아내 몰래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남자가 흑인 고용주의 차를 몬다.

    남부로 내려갈수록 상황이 나빠진다. 셜리는 공연장에서는 박수를 받지만 같은 건물의 화장실은 쓸 수 없다. 양복점에서 옷을 입어볼 수 없고, 해가 지면 통행 제한에 걸린다. 백인들은 그를 무대에 세우고 싶어 하지만 식탁에는 앉히지 않는다.

    토니는 처음엔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도 이탈리아계라 차별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부를 지나면서 그가 겪는 것과 셜리가 겪는 것이 다른 종류라는 걸 알게 된다. 셜리 역시 흔들린다. 자신이 백인 사회에도 흑인 사회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장면에서 이 영화의 가장 아픈 대사가 나온다.

    마지막 공연지는 앨라배마주 버밍엄이다. 그리고 거기서 두 사람은 선택을 한다.

    이 영화를 다시 볼 만한 이유

    하나, 돈 셜리는 재즈 피아니스트가 아니다. 그는 레닌그라드 음악원에서 공부한 클래식 연주자였다. 문제는 1950~60년대 미국이 흑인 연주자를 클래식 무대에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섞은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었다. 영화에서 그가 연주하는 곡들이 어느 장르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이유이고, 그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 좌석 배치가 곧 주제다. 이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동차 안에서 보낸다. 흑인이 뒷좌석에, 백인이 운전석에 앉은 구도는 1962년 남부에서 설명이 필요한 장면이었다. 실제로 영화 속 경찰은 그 배치를 보고 차를 세운다. 카메라가 굳이 두 사람을 한 프레임에 넣지 않고 백미러를 통해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는데, 같은 차에 타고도 서로를 직접 보지 못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셋, 편지가 관계의 척도다. 토니는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처음엔 뭘 먹었는지만 적는 수준이다. 셜리가 문장을 고쳐주기 시작하면서 편지는 점점 길고 다정해진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대사로 설명하지 않고 편지의 문장력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넷, 실화와의 거리를 알고 보면 다르게 보인다. 이 영화는 각본가 중 한 명이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 닉 발레롱가다. 즉 토니 쪽 시선으로 정리된 이야기다. 개봉 후 돈 셜리의 유족은 두 사람이 친구가 아니라 고용주와 직원 관계였고, 셜리가 가족과 소원했다는 묘사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마허샬라 알리는 유족에게 직접 연락해 사과했다. 이 배경을 알고 보면 영화의 따뜻한 결말이 누구의 기억인지 생각하게 된다.

    아쉬운 점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시선의 문제다. 인종차별을 다루면서도 관객이 감정을 이입하도록 설계된 인물은 백인 토니다. 셜리는 차별을 겪는 사람이지 이야기를 이끄는 사람은 아니다. 백인 주인공이 흑인을 만나 편견을 극복한다는 구조는 할리우드가 오래 반복해온 틀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화해도 다소 빠르다. 8주 만에 평생의 편견이 정리되는 셈인데, 앞부분에서 토니의 인종차별을 꽤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에 비하면 해소가 손쉽다.

    작품상 수상 당시 논란이 컸던 것도 이 때문이다. 잘 만든 영화라는 데는 이견이 적었지만, 그해 최고의 영화였는가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견이 갈린다.

    정리

    〈그린북〉은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로드무비지만, 그 안에 1962년 미국의 지도가 들어 있다. 어디서 밥을 먹을 수 있고 어디서 잘 수 있는지가 피부색으로 정해지던 나라다.

    한계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남기는 것은 마지막 장면의 화해가 아니라, 그린북이라는 책이 실제로 필요했던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책은 1966년까지 발행됐다.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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